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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운', 정치보다 더 조용한 감정의 서사

  • 작성자 사진: 관리자
    관리자
  • 7월 3일
  • 2분 분량

왕관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로 기억되는 이야기

처음엔 배우들이 너무 멋져서 실제 왕실 인물과는 좀 다르겠지 싶었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런 말이 나왔다.

“어? 진짜 엘리자베스 여왕 닮았는데?”


단순히 닮은 게 아니다. 눈빛, 말투, 걸음걸이, 심지어 '버티는 얼굴'까지 놀라울 만큼 그대로 재현해낸다.

그래서 어느 순간, 드라마를 본다는 느낌보다 기억을 훔쳐보는 기분에 가까워진다.


여왕 그리고 책임을 짊어진 여성

<더 크라운>은 엘리자베스 2세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20세기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영국 현대사를 다룬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질문을 밀도 높게 따라가는 시선 덕분에 이야기는 점점 '정치극'에서 '인물극'으로 깊어져 간다.


결혼, 모성, 권력, 언론, 이혼, 죽음, 사랑. 누구보다 감정을 절제해야 했던 인물 그게 바로 '여왕'이 아니라 엘리자베스였다.


시대를 건너는 얼굴들

이 드라마의 놀라운 지점 중 하나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배우가 바뀌는데도 이질감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닮은 사람들만 골랐을까 싶을 정도로 각 시기의 배우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이라는 존재를 매끄럽게 이어간다.


이건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각 시대의 무게를 얼굴에 새긴 연기 덕분이다. 그 덕에 이 드라마는 역사와 감정, 기록과 인간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든다.


기억할 만한 캐릭터 포인트

  • 엘리자베스 2세: 이 드라마는 그녀의 외로움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표정 하나, 숨 한번 쉬는 장면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많은 걸 내려놓고, 얼마나 무겁게 버티고 있는지 느껴진다.

  • 필립 공: 여왕의 남편이라는 정체성을 끝까지 감당해야 했던 인물. 자존심과 순응 사이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 마가렛 공주 & 다이애나: 엘리자베스와 대비되는 여성들. 왕실 안에서도 더 인간적으로 살고자 했던 인물들로 이들의 존재는 여왕이라는 자리를 더 외롭게 만든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역사물'이라는 단어는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오히려, 시대를 견딘 한 인간의 이야기로 남는다.


<더 크라운>은 단순히 왕실의 흥망을 따라가는 드라마가 아니다. 세상 앞에서 감정을 내려놓고 살아가야 했던 사람의 시간을 그린다.


그렇기에 가장 조용한 장면들이 가장 아프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책임, 눈물 대신 굳게 다문 입술, 단 한 번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왕관.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엘리자베스라는 한 인간의 흔적으로 남는다.


더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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